청소기 하나 검색하다가 현타 온 이야기
그냥 청소기 하나 찾아보려고 했다.
정말 별생각 없었다. 집에서 쓸 청소기 좀 보려고 검색창에 딱 입력했는데, 첫 화면부터 내가 뭘 잘못 눌렀나 싶었다. 청소기를 찾는데 제빙기가 나오고, 제습기가 나오고, 뭔가 청소랑 아주 멀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내가 찾던 건 아닌 것들이 줄줄이 보인다.
처음엔 내가 키워드를 이상하게 쳤나 했다. 다시 보고, 다시 내리고, 또 내렸다. 그런데 진짜 청소기 정보는 한참 아래에 숨어 있었다. 검색 결과가 아니라 무슨 숨은그림찾기 같았다.
요즘 검색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검색 결과가 던져주는 장애물을 하나씩 피해서 내려가는 느낌.
겨우 찾았다 싶어서 눌러보면 또 한 번 멈칫한다. 분명 후기처럼 보이는데 아래쪽에 원고료 문구가 붙어 있다. 물론 광고 표시 자체가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내가 진짜 사용자의 경험을 찾고 있었는지, 잘 포장된 홍보 문장을 읽고 있었는지 점점 구분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검색하면 최소한 방향은 맞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내가 찾는 물건, 내가 궁금한 정보 근처로는 데려다줬다. 그런데 요즘은 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나면 결과를 보는 게 아니라 필터링을 직접 해야 한다. 이건 아닌데, 이것도 아닌데, 이것도 광고 같은데, 이건 왜 나왔지, 하면서 계속 스크롤만 한다.
웃긴 건 검색 결과가 풍성해 보이긴 한다는 거다. 박스도 많고, 섹션도 많고, 쇼핑도 있고, 블로그도 있고, 웹문서도 있고, 이것저것 다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는 그 많은 장식 사이에서 점점 작아진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속으로는 더 피곤하다.
검색 한 번 하고 나서 남는 감정
검색이 편하려고 있는 건데, 요즘은 검색이 일을 시킨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키워드도 바꿔보고, 탭도 옮겨보고, 아래까지 내려보고, 다시 뒤로 가고, 또 다른 글을 눌러본다. 이쯤 되면 검색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의 집중력 테스트다.
마케터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좋은 글을 써도 어디에 섞일지 모르고, 사용자는 사용자인 대로 피곤하고, 검색 결과는 검색 결과대로 점점 복잡해진다. 누군가는 노출을 위해 애쓰고, 누군가는 진짜 정보를 찾으려고 헤맨다. 둘 다 피곤한 판이다.
오늘도 나는 청소기 하나 찾겠다고 검색했다가 제빙기와 제습기를 지나, 광고 문구를 지나, 비슷한 말만 반복하는 글들을 지나, 한참 뒤에야 내가 찾던 내용 근처에 도착했다.
검색은 분명 똑똑해졌다고 하는데, 왜 사용하는 사람은 점점 더 피곤해지는 걸까.
그냥 청소기 하나 찾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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